저는 평소 책을 읽는 데에 거부감이나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 아니라, 오히려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한 해 평균 300권 정도의 책을 읽습니다. 목표는 500권이지만, 사실 500권을 읽으려면 하루에 1권은 기본으로 읽어야 하지요.
처음에는 3회 득서능력검정 선정도서가 50권이니, 다른 일들도 하면서 반년을 준비기간으로 잡고 준비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선정된 도서들의 수준과 분야를 보니 하루이틀에 한 권씩 읽기보다는 꼼꼼하고 깊은 정독이 요구됨을 느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도 조금 벅찰 정도로 두껍고 어려운 책들도 꽤 있었습니다. 물론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책들도 있었지만요.
특히 <세상 모든 CEO가 묻고 싶은 질문들>, <문명의 충돌> 이 두 책은 유독 어렵고 읽는 맛이 안 나더군요. 독서검정시험의 취지가 전국민의 독서 문화를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취업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너무 어렵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문명의 충돌>은 정독하기엔 너무나 오래 걸릴 것 같아, 시험을 치기 위해 읽지는 못했지만 현대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지식들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씩이라도 읽어보려고 구매했습니다.
또한 마이클 샌델, 장 지글러, 제레드 다이아몬드 등 이름있는 저자의 책은 공공도서관에서 대여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언제 반납하나, 초조함을 느꼈습니다. 몇 차례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은 이미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을 테니, 그보다는 정말 좋은 책이지만, 유명하지는 않은 책들 위주로 선정해주셨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독자들 입장에서도 책을 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앞서 다른 분들이 올리신 후기를 읽어보니, 종교와 관련된 서적에 거부감을 느꼈다는 분, 자기개발도서가 너무 많다는 점 등을 아쉬웠던 점으로 꼽으셨더군요. 하지만 50권의 도서들 중에 한 권 정도는 직접적인 종교 관련 이야기를 포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세계사를 이해하는데에 필요한 교양 중의 교양이 바로 종교이야기이니까요.
다만 무교인 분들도 읽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책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기개발 분야에 종교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는 책이 있으니 저도 책의 내용에 공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종교적인 모티브를 가진 <연금술사>의 경우,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신학교, 순례자의 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내용을 이해하고 감명을 느끼는 데에 전혀 방해요소가 되지 않지 않습니까?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얻은 수확들은, 평소 잘 잡히지 않던 분야의 책들도 고루 읽으며 새로운 분야의 책들에 재미를 느꼈다는 점입니다. 경제 및 과학 분야의 책은 자투리 시간에 읽기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경영학 콘서트>, <디퍼런트> 등의 책은 정말 말그대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또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의 희곡 원작은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아마 절대 읽어보지 않았을 책이었습니다. 독서 편식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편식 분야가 적어진 것에 감사합니다. <백범일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아웃라이어>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이 책들은 제가 읽었다는 것만으로 이 시험에 참가한 보람을 느낀 좋은 책들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를 어렵게 느끼신 분들께는 꼭 시간을 내어 정독해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공리주의' 파트 일부분은 어려웠지만, 사실 정말 재미있는 책입니다. 제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레포트를 쓸 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연구 및 레포트 소재로 쓸 만한 양질의 주제도 많습니다.
실제 시험 참석율이 낮다보니 시험을 치르기 전, 감독님께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고,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는 작은 승리감과 동질감 역시 느꼈습니다. 이번 시험은 선정도서 외에 다른 책들도 읽으며 준비했기에 다 읽지는 못했지만, 4회차 때는 꼭 전권을 정독하고 시험장에 가리라 다짐해봅니다 :)
좋은 책들을 읽어볼 기회를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
+ 후기를 보시는 분들께, 제가 읽은 정말 좋은 책들을 추천해드리고자 합니다.
1. 잃어버린 밤을 찾아서 / 폴 보가드 2. 서재 결혼 시키기 / 앤 패디먼 3. 사막별 여행자 / 무사 앗사리드 4. 빨간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5. 천재유교수의 생활 / 야마시타 카즈미 6. 탐스 스토리/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7.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 최윤섭 8. 그림여행을 권함 / 김한민 9. 책 여행자 / 김미라 10. 레오나르도 빈치처럼 생각하기 / 마이클 J 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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