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전날, 5권 정도를 완독하지 못해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 대학교 때도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만큼은 50권을 다 읽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서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일주일만 더 일찍 준비했더라면…….’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4월 초, 시험 보기 약 40일 전에 한 친구가 한국독서능력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시험을 신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서 읽어나갔다. 잘 갖춰진 도서관 시스템 덕분에 50권 중 48권을 빌려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빠듯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10권씩 읽고, 남은 날에는 복습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그런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시험 전날까지 45권을 완독하고, 나머지는 밤을 새울 때 몰아서 읽었다. 평상시 잘 읽지 않는 분야(자기개발, 기업 관련)의 책들이 많아 걱정했지만, 재미있게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출근 시간, 점심시간, 퇴근 시간, 주말 등을 책과 함께 했다.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도중에 놀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낸 적도 많았다. 결과는 금상 수상, 그러니까 2등을 차지하였다. 1등을 놓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다행이라는 느낌도 있었다. 3등 및 4등과의 점수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제 도서로 나온 50권 중 10권 정도를 예전에 읽었기에 그나마 이 정도의 성과를 낸 것 같다.
수상소감을 짧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주최 측에 정말 감사드린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데, 상금까지 받을 수 있다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독서능력검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동료, 내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만 하면 1등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해준 후배, 온갖 책을 빌릴 수 있는 관악구 도서관 등 여기저기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독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자격증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도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라고 고민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걸어온 길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생겼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그건 책을 좋아하는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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