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을 살피다가 우연히 본 포스터로 인해 망설임 없이 제 5회 한국독서능력검정에 응모했다. 평소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응모한 것도 컸지만, 사실 그보다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미래에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를 이루기 위해, 내가 선택한 도구는 '책'이었다. 내가 책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기도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해서일까, 분명 책은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그 책과 사람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사서'를 꿈꿨다. 그리고 훗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때론 도움이 되는 맞춤형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작은 서점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먼저 많은 책을 접해야 한다고 느꼈고 그런 취지로 응모한 이유가 컸다.
언제부터 신청을 받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이 시험을 5월 막바지에 처음 알았고 그 때 신청했기에 비록 요약본이라도 250여 권을 읽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꼈다.
더불어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기 때문에, 작년 시험처럼 도서를 읽는 편이 더 부담이 덜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왕 발견한 거, 열심히 해보기로 결심하고 하루에 세 권씩 읽기로 다짐을 했다. 그런데 막상 시도를 해보니, 좋아하는 분야인 문학만 읽던 내가 사회와 과학, 정치 분야의 책 요약본을 읽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과학분야 책 요약본을 1시간 내내 붙잡고 있기도 했다. 너무 문장이 어려워서 반복해서 읽어야지만 이해가 되었다.
내가 과연 이해를 잘 하고 있는 걸까, 괜히 응모료만 날리는 건 아닐까 조바심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실생활에서 쓰일 때, 그리고 그걸 내가 알아들었을 때 매우 뿌듯했다. 아빠가 보던 뉴스에서 '드론' 이야기가 나왔을 때, 평소같았으면 그냥 넘겼을 텐데 '드론'이라는 말에 흥미가 생겨 뉴스를 시청했다. 그리고 아, '세계미래보고서 2055'라는 책에서 드론이 미래에 큰 기술이 될 거라고 언급했었지. 하고 생각할 때마다 쾌감이 일었다. 분명 허투로 읽고 있는 건 아니구나, 싶었고 비록 작은 경험이었지만 사회 분야에 전혀 지식이 없던 내가 무언가를 '안다'는 사실이 마냥 기뻤다.
사실 앞서 거창하게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결과는 부진했다. 방학을 하면서 헤이해지는 바람에 남아있던 요약본을 못 읽기까지 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시험 날에는 깜빡 조는 바람에 뒤늦게 응시했고, 부끄럽게도 모르는 문제가 더 많았다.
그래도 난 만족한다.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 또한 안심이다. 사서를 꿈꾸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책'의 중요성, 즉 독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고 싶은데, 사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검정은 '나도 독서 한 번 해볼까'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들에게 두꺼운 책 한 권이 아닌 요약본을 소개함으로써 도서에 흥미를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부담감도 덜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검정이 많아져서 꼭 우리나라에 독서문화가 더더욱 정착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처럼 책은 많이 읽는다고는 해도 좋아하는 분야만 읽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응시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나 역시 250권의 책을 다 읽지는 못했으나, 어느정도의 상식은 가지게 되어 기쁘다. 10월 1일부터 접수가 진행되는 6회도 참여할 생각인데, 그 때는 정말 흐지부지가 아니라 온전히 끝을 맺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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