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일 때 가장 즐겨하던 일이 독서였습니다. 하지만 학생 신분을 벗어난 후에 일에 치여 취미활동에 쓸 시간이 부족하면 그것을 핑계로 삼고, 시간이 여유로울 때는 더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해서 한동안 책을 많이 읽지 않았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독서능력검정을 알게 되었고 다시 독서에 심취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라며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250권의 요약본을 읽고 치는 시험이어서 내심 부담이 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요약본’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은 상당합니다. 250권을 통째로 읽는 것보다는 훨씬 더 할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약본을 모두 읽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요약본이라고는 하지만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분야의 생소한 용어나 표현들로 가득한 십여 페이지의 글은 한번만 읽어서 숙지되지 않기 마련입니다. 다행히도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는 과정의 즐거움이 있어 요약본을 적어도 한번씩은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책들은 요약본만으로는 부족해 직접 도서로 읽으며 호기심을 채우기도 했습니다. 관련 분야의 도서요약본을 연달아 이으니 시야가 트이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간략하게 시험에 대해 언급하자면, 요약본을 읽는 것과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고 봅니다. 시험 직전 2주간 요약본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만, 요약본을 꼼꼼히 읽었다면 답변할 수 있는 질문들이 꽤 있었습니다. 반면, 꼼꼼히 읽는 것으로는 부족한, 다시 말해 굉장히 세세한 부분을 암기해야만 답할 수 있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문제가 너무 지엽적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열심히 공부를 하는 응시자들이 많은 만큼 어느 정도의 변별력을 갖추기 위함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시험을 마치고 나서 생각한 한국독서능력검정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문학, 사회과학, 경제학, 공학 등 폭넓은 지식을 접하며 제가 가진 독서편력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비록 이번 시험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도서 250권의 요약본을 다 읽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스스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많은 분들이 이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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