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능력검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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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독서능력검정시험
시험후기
제목 [제3회 한국독서능력검정시험 수상자 에세이 당선작 1]
작성자 관리자
내용 제3회 한국독서능력검정시험 수상자 에세이
(북코스모스 도서요약 월간지 《for Leaders》 8월호 게재)


어릴 적부터 책을 참 좋아했다. 아기 때는 엄마가 총동원한 옛날 이야기와 즉석에서 지어내기도 한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고, 글을 떼고는 줄곧 책을 읽었다. 읽었던 이야기를 열 번씩 반복해서 읽는 것을 좋아해서, 유치원 다녀와서 종일 책만 읽어도 읽을거리가 떨어지질 않았다. 유치원 때 꽃신을 어루만지며 읽던 그림책 〈콩쥐팥쥐〉,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잡고는 고등학생 때까지 나의 유년기를 같이했던 〈해리포터〉, 열 살쯤 유독 반복해서 읽었던 어린이용 〈사씨 남정기〉, 중학생 때 시험이 끝나고 쌓아두고 보았던 여행기 중, 카오산에 가슴 뛰게 하고 5년 뒤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 주었던 방콕 여행기 〈온 더 로드〉. 나는 책과 함께 컸다. 직접 세상에 나아가기 전이었던 나는 내가 읽은 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대입을 준비하는 동안도 그렇고, 대학에서 진짜 사회를 만나고부터는 책 읽을 시간이 도통 나지 않았다. 대학에 와서는 또 다른 좋은 책을 많이 만났지만 유년 시절처럼 줄기차게 책을 읽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취미를 쓰는 란에 ‘독서’를 쓰기가 망설여졌다. 언제나 당연하게 말하던 나의 취미가 이제 취미라기에 좀 민망해진 것이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발견한 시험 공고를 보고는 문득, 책이 나였고 내가 책이었을 정도로 책에 파묻혀 살던 유년기의 추억이 떠올라 그때가 몹시 그리웠다. 덜컥 시험에 접수했다. 그러고는 상금이 눈에 들어왔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 자취를 하면 보증금이 필요했는데, 상금을 타서 보탠다면 책을 좋아하는 것을 내 정체성으로 여기고 있던 내가 대학생활 동안 잃었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다.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을 무렵부터 꾸준히 나의 하루를 채워 주었지만 정작 커버린 뒤에는 꽤 오랫동안 소홀했던 책 읽기에 진한 애착을 가지고 있던 나였기에 꼭 이 시험에서 우승하고 싶었다. 우승을 통해서 그동안 외면했던 나의 오랜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녹록지 않았다. 첫 번째로 『1984』를 읽었던 것은 2014년 10월이었다. 금세 50권을 읽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학교를 다니고 계절학기를 듣고 과외를 하면서 책을 읽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50권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야 시험 문제를 풀 수가 있었다. 기억을 해 가면서 책을 읽어야 하니 집중해야 했다. 그런데 평소에 전혀 접할 일이 없는 경영, 경제류의 책은 잘 읽히지도 않았다. 야속하게도 일상은 계속 바빴다. 그 사이사이에 책을 읽고 기억하는 시간을 확보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첫 번째 책을 다 읽고 정리하는 데 일주일이 걸렸는데, 나중에는 어떻게든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해야 했으니 하루에 두 권을 읽고 정리할 정도가 되었다. 대학원 입학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와중에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안 그래도 바쁜 하루에 억지로 책 읽을 시간을 낑겨 넣다 보니 하루는 눈물이 다 핑 돌 정도였다. 우승이 다 뭐라고, 이러다가 시간만 들이고 아무것도 못 타면 또 어쩌고. 우울한 마음에 딱 하루 포기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꼭 이 시험에서 우승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뒷전으로 미루어 두었던 책 읽기와 다시 화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바쁜 일상과 일상 사이의 틈을 있는 대로 벌렸다. 그러다 보니 하루를 밀도있게 보내는 법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하루 일과 사이에 책을 한 권 읽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늘 바쁘다고만 생각했고 실제로 바쁘기도 했지만, 막상 해 보니 되었다. 놀라웠다. 생각보다 하루를 성기게 보냈던 것이다. 전에는 책을 읽으려면 하루가 통째로 필요했다. 책을 붙들고 앉아 있으려면 그만큼 여유가 필요했는데, 이제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틈만 생기면 책을 펼쳤다. 책을 더 쉽게 펴게 된 것이다. 바빠 보이는 일상에도 채울 수 있는 틈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발견이었다. 30권쯤 하다 보니 요령이 붙어서 내용 정리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 유희의 차원에서 책을 읽을 때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겠지만 문제에 답해야 하는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다 보니 책을 날씬하게 만들어서 머릿속에 저장하는 과정도 따로 필요했다. 논리만 추려내서 정리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막 입시 준비를 시작한 통번역도 탄력이 붙었다. 통역 역시 상대가 발화하는 내용을 전부 기억해서는 안 되고, 논리만 추려내어 기억했다가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독서검정을 준비하는 과정과 같았던 것이다. 통역을 하는 사이사이에 책을 읽고 논리를 추려내는 작업을 했으니 두 작업이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일주일을 남기고 50권을 다 읽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쌓아두고 다시 한 번 복습을 했다. 하루에 열 권씩 5일간 다시 보면서 그때 그때 필요한 부분을 참조했다. 꼭 좋은 결과를 내서 독서가 내 취미라고 다시 당당하게 말하리라,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원동력이 되어 열심히 했다.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 이상으로 꼭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50권 중 내가 절대 읽지 않았을 책에서 얻은 뜻밖의 통찰, 『1984』와 『디어 라이프』,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받은 감동, 『나는 매일 진화한다』를 읽고 저자에게 직접 보낸 감사쪽지, 50권을 다 읽었을 때의 성취감, 고사장에 가서 문제를 받아 들고 열심히 풀어낼 때의 쾌감… 대회를 준비하면서 좋은 기억이 많이 쌓였다. 그리고, 발표일보다 하루 일찍 들어가 본 사이트에서 갑작스레 확인한 금상 소식까지. 시험을 보고는 꽤 어려운 문제가 많아 긴가민가하면서 발표를 기다렸는데, 금상 소식에 지난 7개월간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면서 마음이 뿌듯해졌다. 대상을 타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목표했던 수상뿐 아니라 예상외의 깨달음까지 얻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지난 준비기간은 값지고 진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동안 사는 게 바쁘다고 외면했던 책 읽기와 관련한 돈독한 추억을 많이 쌓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대회를 마친 뒤로도 책을 잡는 데 부담이 덜하다. 할 일이 있는 중에도 습관이 들어 책을 집어 들곤 한다. 가장 완벽한 화해인 셈이다.

- 제3회 한국독서능력검정시험 금상 수상자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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